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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격 후보 사퇴…지지율 하락·정권교체 실패 부담

등록 2022-03-03 10:53:31   최종수정 2022-03-03 13: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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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정권교체 실패 시 책임론 부담

최대한 후보 사퇴 시기 늦춰 협상력 강화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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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3일 전격적으로 단일화 선언을 한 배경에는 침체된 지지율과 야권의 단일화 압박, 정권교체 실패 시 책임론과 당 내 동요를 감안한 결단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사전투표일을 불과 하루 남겨 놓은 시점에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판세 속에 단일화 합의에 나선 것을 두고 단일화 발표 시기를 최대한 늦춰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대선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안 후보가 돌연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해 대권도전을 포기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단기필마' 신세로 비유될 만큼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10% 미만의 저조한 수치를 나타냈다. 한 때 윤 후보의 급락세와 맞물려 안 후보는 지지율이 '마의 15%'를 넘어 20%선 안착까지 목표로 할 만큼 양강 구도를 3강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설 연휴를 기점으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지율도 하락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꺼낸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2강1중1약 구도하에서 안 후보가 끝까지 대선을 완주를 하더라도 지난 대선과 달리 골든크로스는 커녕 실버크로스도 노리기 힘든 처지라는 점도 안 후보의 대선 레이스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갈수록 보수, 진보 진영의 결집력이 강화되는 추세인데다 안 후보의 주된 지지층인 중도층마저 윤석열, 이재명 양강 주자로의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지지기반이 약한 안 후보로서는 남은 선거 기간에 판세를 뒤집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한계론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

안 후보가 만약 대선 완주를 고집했을 경우, 중도·보수 표가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에게 분산됐을 개연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야권의 표 응집력이 떨어지게 되고, 후보 단일화에 비해 정권교체 실현 확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단일화 마지노선 시한을 넘기면서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야권에서 팽배했던 점도 안 후보의 사퇴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권교체 무산의 책임론이 비등해진다면 조직력이나 당세가 약한 안 후보가 '제물'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교체가 무산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나 국민의당 당원들이 안 후보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당의 분란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말도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인명진 목사나 안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지를 철회하거나 단일화를 압박한 것처럼 국민의당 내에서도 당원들의 동요나 불만이 고조될 경우 안 후보의 정치 생명력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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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3.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안 후보가 단일화로 인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시점을 내심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침체국면에서 섣불리 단일화를 하기 보다는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전격적인 선언으로 단일화 파급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안 후보의 존재감도 끌어올려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지연을 의식한 듯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 늦어서 죄송하다.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가 사전투표일(4~5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단일화에 나선 점도 전략적으로 최상의 타이밍이 될 수 있다.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네 탓 공방으로 단일화 피로감만 키우면서 야권 단일화가 불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에서 전격적인 후보직 사퇴로 단일화의 물꼬를 트면서 대선정국에는 '尹-安 원팀'이 최대 변수로 급부상해 반전을 몰고 왔다.

투표용지의 후보자란에는 안철수 후보가 표기되지만 사전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단일화를 이뤄낸 만큼 '사표'는 방지할 수 있게 된 점도 판세 영향에 주목할 만하다. 초박빙 판세에서 선거 막판 단일화를 통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정권교체 여론을 결집시키는 양분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 측에서 끊임없이 단일화를 구애하며 지속적인 물밑 접촉을 이어갔던 노력도 결국 산통 끝에 단일화를 이뤄내는 결과를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의 '양보' 못지 않게 국민의힘의 단일화를 성사키기기 위한 노력도 일정부분 평가해볼만 하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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