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 의혹' 이재용 19개 혐의 모두 무죄…판단 근거는
法 "'프로젝트-G', 오너 일가 승계 목적 아냐"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혐의엔 "규정 지켰다"이재용 배임 주장은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실체없다" 결론 내
재판부는 검찰이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한 증거 대부분에 혐의 성립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놨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전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 전제로 들었던 '프로젝트-G'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삼성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을 위한 문서가 아닌 일반적인 사업 검토 문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 사망 시 상속세 납부에 따른 지분 감소와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 등을 검토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통상적인 보고서라는 판단이다. 이 회장이 관련됐다고 검찰이 주장한 19개의 혐의사실에 대해선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시키기 위해 ▲이사회 단계 ▲주주총회 단계 ▲주총 이후 단계 등 총 3단계에 걸쳐 18개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의심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주주들이 누릴 수 있었던 이익 실현 기회를 이 회장이 빼앗았다'는 혐의(업무상 배임)가 성립한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 구조다. 먼저 2015년 5월 삼성그룹이 이사회 직후 합병의 목적이나 비율, 시점 등을 허위로 유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당시 공표 내용 중 허위가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해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이 양사의 합병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자본시장을 상대로 '허위 호재'를 공표하거나 투자 위험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합병을 반대하면서 나선 엘리엇을 다방면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가짜 정보를 다수 시장에 흘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 측이 합병 관련 정보에 관해 왜곡된 내용의 한국투자증권 분석보고서를 발표해 '여론 조작'을 했다는 혐의도 적용했지만, 합병의 타당성을 홍보했을 뿐 여론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도 재판부는 봤다. 또 검찰이 '허위 호재'의 예시로 꼽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역시 합병 발표 이전부터 진지하게 추진됐고, 이를 위한 객관적 여건도 갖춰진데다 이미 관련 협의가 이뤄진 상태였다는 점에 비춰 이를 배척했다. 주총 이후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부양을 위한 시세조종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검찰이 지목한 거래가 통상 시세조종성 주문과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제일모직이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사주 취득 요건과 관련 규제를 모두 지켜 주주들이 이를 오인해 추격 매수를 하는 등 검찰이 의심한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 근거다. 법원은 검찰이 "이 회장은 부당합병으로 주주의 이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잃게 했다"며 이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업무상 배임)에 대해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른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 역시 실체를 부정했다. 2012~2014 회계연도 당시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분식회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로직스가 2012회계연도부터 에피스에 대한 단독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 가격이나 조건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이에 따라 로직스가 2014 회계연도 당시 '거짓 회계'를 작성했다고 검찰은 의심했지만, 법원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실질적인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지배력 판단과 관련해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9년 로직스·에피스 서버 내 정보와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의 휴대전화 추출 메시지가 그 예다. 검찰이 이 증거들을 수집할 당시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는 삭제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불이행,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로 간주해 이를 기반으로 획득한 2차 증거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 이전에도 약 2년에 걸친 수사가 이뤄졌는데, 당시 조사에 참석한 인물들의 일부 진술의 신빙성이 저하됐다고 보기도 했다. 예컨대 검찰은 고(故)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의 진술을 기반으로 '일성신약 회유' 의혹을 내세웠는데,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성신약에 대규모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술 조서를 작성할 당시 윤 회장은 알츠하이머(치매)를 앓던 중이었던 점을 짚고, 그가 과거 사실에 대해 명확한 진술을 하기 어려워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날 선고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회장 등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항소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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