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년①]"그날의 기억 무서워"…아직 남겨진 유실물 961점
유실물 총 1412점…반환율은 31.9%8개월가량 유실물 찾는 발걸음 無"아픈 기억 때문에 유실물 못 찾아"경찰, 6개월 후 폐기 지침 적용 안해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유실물을 찾으러 선뜻 가지 못하는 유족들이 많아요. 다시 또 그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아픈 기억은 자꾸만 좀 가리려고 하더라고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뉴시스와 만난 고(故) 임종원(36)씨 아버지 임익철씨는 1년째 아들의 물건을 찾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이 남기고 간 물건을 찾아오는 순간, 그날의 기억과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핼러윈 이태원에서 사망한 고 임씨는 첫째 아들이자 결혼한 지 5년 된 가장이었다. 임씨는 "낯 가리는 조카들과 어울리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알아 와서 해주고, 괴물 놀이도 함께 하는 다정한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유실물 961점은 용산경찰서 서고에서 보관 중이다. 사고 이후 접수된 유실물 총 1412점 중 생존자나 유가족이 찾아간 물건은 451점으로 전체의 31.9%에 불과하다. 실제 급박했던 그날의 상황을 반영하듯 남은 961점 중 가장 많은 종류는 신발이었다. 그 외에도 의류, 가방, 차키, 무선 이어폰, 지갑 등이 있다. 옷가지 등 유실물에는 검은 발자국이 찍힌 채로 당일의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참사 직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보관하던 유실물들은 지난해 11월13일부로 용산경찰서로 옮겨졌다. 그 뒤로 현재까지 11개월 동안 주인 품을 찾아간 유실물은 단 20점에 불과하다. 가장 마지막으로 주인을 찾은 유실물은 지난 2월 초에 고인의 누나가 찾아간 남성용 맨투맨이었다. 고인의 누나는 경찰청 유실물 통합포털 '로스트(LOST)112' 올라온 사진을 보다가 동생의 옷을 발견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당시 신분증, 카드, 휴대전화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실물의 경우 유가족들에게 문자와 전화 등으로 찾아가라는 안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이나 희생자 가족 대부분은 물건을 찾아가지 않았고, 유실물이 보관된 서고에는 8개월가량 발걸음이 끊긴 셈이다. 임씨는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어한다"며 "아픈 기억을 해야 하는 유실물을 찾으러 갈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유실물을 찾으러 갔다가 아물지 못한 상처가 덧나는 게 무서워 가지 못하는 유가족이 많다는 뜻이다. 경찰은 습득 6개월 후에는 유실물을 폐기한다는 종전 방침을 적용하지 않고, 특별한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 남은 961개 유실물을 계속 보관한다는 방침이다. 유가족의 아픔이 치유되기 전까지, 고인들이 남기고 간 유실물들은 여전히 용산경찰서 서고에 남겨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씨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고 진상규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쯤이면 추모관이 만들어져 그곳에 유실물 전체를 옮겨 보관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