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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의 민낯③]대한민국 '갑(甲)'은 왜 '갑갑(甲甲)'한가

등록 2017-02-02 06:50:00   최종수정 2017-02-02 0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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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갑(甲)질'이 판칩니다.

 만취해 아무 이유 없이 술집 종업원을 때리고 순찰차까지 파손한 '갑', 술집에서 화났다고 술병을 집어 던진 '갑'.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갑. 그깟 땅콩 하나 때문에 비행기를 돌린 갑.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퍼붓는 갑. 계열사 운전기사를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하고 맷값으로 회삿돈을 건넨 갑. 말 그대로 '갑갑(甲甲)한 세상'입니다. 

 일부 재벌가 자제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도지는 고질병과 비슷합니다. 우월한 갑의 지위를 악용해 을에게 횡포를 일삼는 사건이 잇따라 터져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쯤 되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경계할 법도 한데 도무지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자기 생각과 감정대로 을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김없이 어깃장을 놓거나 횡포를 부립니다. 이쯤 되면 고질병을 넘어 불치병 수준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잘못된 특권의식이 가장 커 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부와 권력을 누리다 보니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식이 차고 넘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터라 별다른 노력 없이도 거의 모든 것이 주워졌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자기 생각과 행동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탈 행위를 해도 상관없다는 특권의식은 점점 커지고, 항상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을의 감정과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권위나 지위를 앞세우면 그만이었을 터.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이보다 더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 갑갑한 소리를 해야겠습니다. 잘난 부모덕에 승마 선수가 되고, 대학도 가고, 맞춤법이 틀려도,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과제를 제출하더라도 손쉽게 학점을 딴 정유라씨가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했습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 시대 평범한 을에게 비수를 꽂는 말입니다. 하지만 갑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을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이 말마따나 아무리 돈이 실력인 세상일지라도, 갑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분명 존재합니다.

 못된 갑을 향한 '을의 반란'입니다. 더 당할 수만은 없다는 을의 인내심이 한계가 다다르면 기어이 저항합니다. 저항은 돈과 권력을 앞세운 갑의 횡포와 일탈로 향합니다.

 저항은 한 번 들끓고 말 일이 아닙니다. 촛불처럼 번집니다. 쇳물처럼 끓어오른 저항은 쉽게 가라앉지도 않습니다.

 이름 없는, 그러나 수많은 을은 여차하면 역사의 물줄기도 바꿔놓습니다. 반만년 역사상 민란과 혁명은 이름 없는 을의 저항이었습니다. 굳이 역사교과서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을이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갑의 눈치를 살피며 쭈그리고 앉아 감내하는 것은 호랑이가 담배 피던 까마득한 얘기입니다.

 갑은 이제라도 기억해야 합니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시대 요구에 무감한 갑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이를 알 리도, 알고 싶지도 않을 대한민국의 갑이 그래서 갑갑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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