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 투수는 피하고 싶은 볼넷, 각종 기록 파헤치기
1871년에는 볼9개 골라야 출루개인 한 경기 최다 볼넷은 11개…레전드 김시진이 두 차례 기록이상군, 49이닝 연속 무볼넷 진기록
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제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류현진이 볼넷을 얼마나 경계하는 지가 잘 드러난다. 볼넷은 타자가 타석에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 4개를 골라 1루로 걸어 나가는 것을 뜻한다. 타자를 잡아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하는 투수에게는 가장 힘이 빠지는 결과다. 류현진을 비롯한 많은 투수들이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이유기도 하다. 더욱이 볼넷이 많아지면 투구 수가 늘어나고, 야수들의 수비 시간도 길어지면서 집중력도 저하된다. 반면 타자 입장에선 힘쓰지 않고 출루에 성공하면서 투수까지 흔들 수 있는 볼넷은 최고의 결과 중 하나다. ◇ 볼넷의 역사 메이저리그에서 볼넷은 '베이스 온 볼스(base on balls)'로 불린다. '숫자'의 의미가 담기지 않은 용어다. 초기 규칙이 지금의 '볼넷'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1860년대 볼넷 개념이 도입되면서 투수가 타자들이 칠 수 없는 공을 던지거나, 시간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고의로 볼을 반복해서 던질 경우 타자에게 1루로 나갈 자격을 줬다. 그러나 타자의 출루를 허용하는 볼의 개수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최초의 프로야구리그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이 출범했던 1871년에는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은 공 9개를 던져야 타자가 1루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볼넷'이 아닌, '볼아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타자가 9개의 볼을 골라내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정이 거듭됐다. 1880년 8개, 1882년 7개, 1884년 6개, 1887년 5개로 변화를 줬고, 1889년에야 볼 4개로 규칙이 정해졌다. 대부분의 투수는 볼넷을 주지 않기 위해 던지지만, 승부를 위해 볼넷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때도 있다. 박빙의 상황에서 까다로운 타자가 타석에 섰을 경우, 해당 타자를 거르고 다음 타자와 승부를 택하는 고의4구가 그것이다. 이전에는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공을 던지거나, 포수가 일어서서 공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감독의 수신호로 '자동 고의4구'를 내준다. 스피드업을 위한 자동 고의4구는 2017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입됐고, KBO리그도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해도, 타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당연히 타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타자가 볼을 잘 골나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투수가 승부를 피해 타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SK는 문학 키움전에서 무려 16개의 볼넷을 헌납, 역대 한 경기 팀 최다 볼넷 불명예를 썼다. 종전 기록은 한화가 2008년 9월3일 잠실 두산전에서 허용한 14볼넷이다. 다만 당시 경기는 끝장승부로 펼쳐져 18회까지 진행됐다. SK는 정규이닝(9이닝)만 소화하고도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SK 마운드에는 8명의 투수가 올랐는데, 이 중 6명의 투수가 볼넷을 기록했다. 양 팀 합산 한 경기 최다 볼넷은 22개다. 2001년 9월22일 시민 한화-삼성전에서 양 팀 투수들이 연장 14회를 치르는 동안 22개의 볼넷을 주고받았다. 2009년 7월16일 시민 두산-삼성전에서는 9이닝 동안 22개의 볼넷이 나왔다. 역대 시즌 최다 볼넷을 기록한 투수는 2001년 SK에서 뛰었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다. 제구에 기복이 컸던 에르난데스는 134볼넷을 내줬는데, 그해 탈삼진 1위(215개)에 오르며 '극과 극' 피칭을 선보였다. 역대 한 경기 최다 볼넷은 11개로 두 차례 나왔다. 두 번 모두 KBO리그 '레전드' 출신의 김시진이 기록했다. 김시진은 삼성 소속이던 1984년 9월4일 대구 해태전에서 9이닝을 책임지며 11개의 볼넷을 내줬다. 롯데 이적 후인 1989년 4월14일 사직 OB전에서는 무려 14이닝을 던지면서 11볼넷을 허용했다. 연속 타자 볼넷 허용은 '5명'이 최다 기록이다. 1986년 손문곤(빙그레), 2005년 전준호(현대), 2007년 심수창(LG), 2008년 전병두(SK), 2009년 김대우(롯데), 2011년 임찬규(LG), 2016년 김용주(한화), 2016년 정인욱(삼성) 등 8명의 투수가 5명의 타자에게 연거푸 볼넷을 줬다. 대부분 연속 볼넷을 내준 뒤 교체, 다음 경기 등판에서 또 볼넷을 던지며 5연속 볼넷이 이어졌다. 이들 중 김대우가 유일하게 한 경기에서 다섯 타자에게 연달아 볼넷을 줬다. 김대우는 2009년 4월25일 사직 LG전에 선발 등판, 1회에만 페타지니~정성훈~최동수~박경수~조인성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김대우는 권용관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 겨우 1회를 마치면서 한 이닝 최다 볼넷 기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이 부문 최다는 2001년 김영수가 8월18일 무등 KIA전에서 1회 내준 6볼넷이다.
볼넷을 내주지 않아 기록을 쓴 투수도 있다. '컴퓨터 제구'로 유명했던 빙그레 이상군은 1986년 6월8일 OB와 잠실 더블헤더 2차전부터 7월8일 잠실 OB전까지 49이닝 연속 무볼넷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지금까지도 이상군을 넘어선 제구의 달인은 없다. 키움 신재영은 2016년 4월6일 대전 한화전부터 4월29일 고척 SK전까지 30⅔이닝 동안 볼넷을 던지지 않아 데뷔전 이후 연속 이닝 무볼넷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이던 2000년 롯데 브라이언 코리의 20이닝 기록을 훌쩍 넘은 신재영은 그해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KBO리그에서도 통산 최다 볼넷 기록은 역대 최고를 다투는 투수들이 가지고 있다. 강속구의 대명사 놀란 라이언은 1966년부터 1993년까지, 27시즌을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2795개의 볼넷을 내줬다.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기록이다. 그러면서 탈삼진 5714개를 뽑아내며 이 부문 역대 최고 자리도 지키고 있다. KBO리그 역대 최다승 투수 송진우도 마찬가지다. 1989년부터 2009년까지 마운드를 지킨 송진우는 통산 최다 볼넷(1155개)과 함께 최다 탈삼진(2048개)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마운드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누적' 볼넷이 많아졌단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 최다 볼넷은 1890년 아모스 루시(뉴욕 자이언츠)가 작성한 289개다. 그해 처음으로 시즌 최다 볼넷 1위에 오른 루시는 1894년까지 매 시즌 200개 이상의 볼넷을 허용하며 매년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그러나 1894년 36승(13패)을 거두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463경기 246승174패 평균자책점 3.07을 수확한 루시는 197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 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