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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어제와 오늘]①리먼 브라더스 파산하다

등록 2018-01-02 05:50:00   최종수정 2018-01-09 0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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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은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다. 2007년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휘청이던 경제대국 미국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뿌리채 흔들렸고, 뉴욕발 금융위기는 유럽과 신흥경제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지금 세계 경제는 과연 10년 전 보다 안전해졌을까? 자본주의는 10년 전의 위기에서 과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뉴시스는 신년기획으로 201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10주년을 맞아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다. 미국, 유로존, 신흥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보고, 금융위기가 촉발한 정치 사회의 변화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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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리먼 브라더스 파산하다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2008년 9월 15일 새벽 2시(현지시간) ,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전해진 뉴스 하나가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다.

 세계 4위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 브라더스(이하 리먼)가 뉴욕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및 파생상품 손실에서 비롯된 6130억 달러(약 660조원)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증시까지 2~4% 일제히 폭락했다. 월스트리트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와 10여 년에 걸친 세계경제의 부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리먼의 부도는 미국의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리먼이 취급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주로 서민들과 중산층들이 이용하던 담보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충격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도 줄줄이 무너졌다. 일자리 880만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투자 손실로 가계 자산은 19조2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초 저금리 정책, 리먼 사태 불씨 되다

 리먼 사태의 불씨는 2000년 초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연5~6%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던 미국의 정보기술(IT) 열기는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2001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0.3%로까지 떨어졌다.

 그 해 발생한 9.11테러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9.11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그 해 10월 아프간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IT 거품 붕괴로 가뜩이나 힘겨운 미국경제를 압박했다.

 당장 경기부양이 급선무였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초 저금리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미 국민들은 너도나도 값싼 돈을 대출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2004년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과열을 경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불량 채무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구매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불능 사태에 직면했다.

 2007년 4월 2일, 미국 2위 서브프라임모기지 회사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10위권인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AHMI)사가 델라웨어주 웰밍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미국의 대형 금융사와 증권회사의 파산과 손실이 줄줄이 이어졌다.

◇리먼, 최후 통첩을 받다

 158년 전통을 자랑하던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먼마저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충격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리먼이 그동안 공격적인 모기지 채권 매수 정책을 펴면서 IB 은행 중 가장 많은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8년 3월 리먼의 주가는 역대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그해 2분기 리먼은 28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리먼의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딕 풀드 회장은 충격적인 통보를 받는다. 행크 폴슨 당시 미 재무부 장관이 풀드 회장에게 리먼이 인수받을 회사를 찾지 못한다면 역사에서 사라질 것을 각오하라고 말한 것이다.

 풀드 회장은 리먼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기 시작한다. 중국 씨틱증권과 우리나라 산업은행도 인수협상 대상이었다.

 씨틱증권과의 논의는 초반에 결렬됐다. 협상 초반부터 워낙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의 협의는 상당히 구체적인 조건까지 진행이 됐다. 그러나 막판 주식 가격 절충을 놓고 이마저도 결렬되고 만다. 당시 산업은행이 리먼의 주식을 한 주당 6.4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했으나  풀드 회장은 12~14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리먼은 이어 모건스탠리와 영국의 바클레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도 접촉한다. 모건스탠리는 리먼과 겹치는 사업 영역이 많다면서 인수할 의향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클레이스의 밥 다이아몬드 회장은 만일 공짜로 리먼을 넘긴다면 인수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바클레이스의 이런 제안은 주주의 동의 없이 인수나 합병을 할 수 없다는 영국의 규제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리먼은 BOA와의 협상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BOA는 그러나 리먼 대신 메릴린치 증권을 인수키로 결정을 한다. 메릴린치 측이 리먼 역시 BOA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던 것이다. 

 결국 리먼은 9월 15일 파산 보호 신청을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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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파산, 파장을 막아라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의 파산은 월가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금융권을 안정시킬 긴급 대책이 필요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2008년 10월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매입프로그램(TARP)을 통한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대형보험회사 AIG에도 850억 달러의 긴급 수혈이 이뤄졌다. 미 국민들은 "탐욕스러운 월가에 세금을 선물로 안겼다"라며 들끓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의장은 구제금융과 양적완화 정책이 미국 경제의 파국을 막는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버냉키는 리먼 파산 이후 미국경제위기를 '대침체(Great Recession)'로 표현했다. 버냉키는 지난 2015년 10월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연준은 통화수단 동원을 거부했다. 그 결과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초래했다.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회상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8년 리먼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0년 7월 ‘도드-프랭크 월가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을 발효시켰다.

 도드-프랭크법은 월가 대형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을 지정해 정기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도드-프랭크법은 또 은행의 업무영역을 엄격히 구분했다. 상업은행은 상업은행의 업무만, 투자은행은 투자은행의 업무만 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트럼프, 금융규제를 완화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월가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3일 도드-프랭크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는 백악관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금융업계를 위해 매우 좋은 일을 할 것이다. 은행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이발(a very major haircut)을 하려 한다. 우리는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또한 강력한 규범을 원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규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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