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보도문 '우리민족이 문제 해결'...기대와 우려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2년 넘게 중단됐다가 성사된 고위급회담에서 하루 만에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고, 남북문제를 당사자 중심으로 해결하자는 원칙을 확인하고 대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와 함께 북한의 논리에 말려든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가 함께 나온다. 표면적으로 이 조항은 긴장 국면인 남북관계를 화해 무드로 양측이 함께 만들어 보자는 원론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2000년 6월15일 공동선언에서는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남북이 합의한 바 있다. 또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도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에 이번 회담 합의 부분도 지난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범위를 넓혀 해석해보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여지도 있다. 이는 곧 미국 등 제3의 세력을 배제한 채 한반도의 모든 현안을 남북 양측이 풀어나가자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은 군사력 부문에서 북측이 앞서 있다. 더구나 핵무력까지 감안하면 완전한 비대칭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군의 강력한 군사력이 북측의 도발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날 공동보도문처럼 여타 세력 없이 남북한만이 한반도 현안을 놓고협상을 벌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힘의 불균형이 유지되는 상태라면 정상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양측이 수긍할만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에서 전제조건을 두지 않은 '한반도 당사자론'을 공동보도문에 명시했기에 향후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와해시켜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씩 온도차가 있다. 먼저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1항에 자주적으로 우리민족끼리 해결하자는 내용이 있고, 거기에 따라 당사자 해결론도 있다"며 "남북관계 해당되는 현안들은 가급적 남북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라는 단어를 쓰는데 공동보도문에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평가하며 "미국을 따돌리고 우리민족끼리 하자는 '북한식 접근'이라는 시각으로 안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 논리에 말려들었다는 일각의 지적은 무리한 해석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제재 국면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데 남북관계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대칭 빼고는 모든 면에서 남쪽이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래서 북한은 자기가 주도권을 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조항은) 남북관계 관련 부분은 남북 당국이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의미, 한국이 남북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이 부분이 핵 문제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여지를 남겼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