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벽 못넘었지만 원팀 '글로벌 중추국' 코리아 빛났다
부산, 엑스포대전 '언더독'서 '다크호스'로 변모결선 예상 빗나갔지만 '원팀 코리아' 저력 보여윤, 총 96개국 150여차례 정상회담서 부산 홍보기업들도 일사분란…민간 유치위 175개국 접촉"대한민국 외교 외연 확장…글로벌 중추국 각인"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승리의 여신' (사모트라케의)니케는 끝내 부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결선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그렇지만 '부산'은 세계 엑스포 유치전에서 패배한 이름이 아니라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를 대표하는 도시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코리아 원팀'을 이끌며 엑스포 대전에서 부산을 '언더독(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에서 '다크호스'로 변모시키며 물량 공세를 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최종 경쟁자로 떠올라 '원팀 코리아'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리야드와 결선에서의 경쟁은 없었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개최지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부산은 총 165표 중 29표를 받는데 그쳐 17표를 받은 이탈리아와 동반 탈락했다. 리야드는 119표를 최종 개최지로 확정됐다. 비록 엑스포 유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코리아 원팀의 유치전 과정은 엑스포 역사에 또 하나의 스토리를 남겼을 뿐 아니라,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과정으로도 평가된다. 또 윤석열 정부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외교 기조를 전세계에 각인시켜 우리 기업의 투자처를 늘리고 연대 외교를 강화한 측면도 평가할 만하다.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는 윤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인수위 시절부터 "범국가적 유치 역량을 결집해 총력 유치하겠다. 저 역시도 최선봉에 서서 뛰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 속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전담하는 특임조직 미래전략기획관을 신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윤 대통령 정상외교의 동의어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이었던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부터 윤 대통령은 10여개 유럽 국가들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고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여나 늦게 시작한 홍보전이지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정상회의,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엔총회 등의 다자회의는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방불케했다. 유치전의 정점은 올해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였다. 5일 동안 30분~1시간 간격으로 무려 47개국 정상을 만났다. 이렇게 1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은 총 96개 국가와 150여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기네스북'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순방 직후 코피를 쏟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유치 의지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리야드는 '넘사벽'이라는 말이 들릴라치면 "지성이면 감천"이라 독려했고, 부산을 공식 지지하는 국가가 나왔을 때마저도 "대충 노력하면 올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채찍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개최지 결정날짜가 임박해 올수록 전의를 불태웠다 한다. 결국 영국 국빈 방문 후 귀국하는 당초 일정을 변경해 파리 방문을 전격 결정, BIE(국제박람회기구)회원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 아래 막판 유치전을 폈다. 이후 한덕수 총리를 현지로 보내 유치전 바통을 넘겨주고도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각국 정상들에 따로 전화를 걸어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다자회의 계기의 정상회담과 BIE회원국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며 가장 많이 한 말이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기여'다. 이는 원조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세계 유일의 나라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약속으로, 윤 정부의 국정과제 중 으뜸 과제로 명시돼 있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와 맥을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 당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BIE 회원국을 한 나라도 빠짐없이 이렇게 접촉하고, 또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BIE 지지를 호소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그야말로 글로벌 중추 외교의 기조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기업들도 원팀으로 부산 유치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민간 유치위원회가 접촉한 BIE 회원국 인사는 175개국 3000명으로, 유치위가 17개월간 이동한 거리는 지구를 약 495바퀴 돈 1989만1579㎞다. 삼성전자는 해외 유명광장에서 홍보영상을 30만회 노출했고, 현대차가 제작한 홍보영상은 1억뷰에 이른다. SK그룹은 엑스포 유치전에 50명의 계열사 CEO를 투입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세계박람회 유치전의 결과는 아쉽지만 민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응집하고, 전 국민이 응원한 사실상 '국민 통합'의 과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촉매제가 됐으며, 향후에도 국제사회와 전방위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서 1호 영업사원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민관이 원팀이 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스토리는 지속해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이번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새로운 외교적 자산을 얻었다고 평가하면서 2035 세계박람회 도전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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