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력 완성 선포…'게임체인저' 될까
북한은 이날 정부성명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진행한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1990년 이후 정부성명을 발표한 경우는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등 모두 7차례에 불과할 만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부성명의 권위를 유지해왔다.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기 전까지 정부성명은 북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입장 발표 형태로 평가됐다. 이날 북한의 정부성명은 화성-15형이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결심'에 따라 개발됐으며,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여기에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핵 무력을 완성해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은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핵 무력을 고도화하는 목적 중 하나가 대미(對美)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역시 대북(對北) 협상력의 극대화를 바탕에 깔고 있다.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제재·압박 수위도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 면담을 거부하며 중국의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부분도 북한 스스로 고립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 됐다. 다만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관계국들의 행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을 기본으로 한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으나, 북핵에 대한 체감 위협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의 시급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협상 무대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혀온 점에 비춰볼 때 북미 간 물밑 채널이 더욱 치열하게 가동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중 간 경색 국면이 계속될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를 만나지 않는 방식으로 제재와 압박이 계속되는 한 핵 무력 고도화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원칙 하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에 공조하고 있으나, 역내 입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대북(對北) 영향력의 약화를 막아야 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중국이 6자회담 등 대화 재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제재와 압박은 필요하지만 과거 강경 일변도 대북 정책의 실패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국제 규범을 위반한 측면에서 징벌적 차원의 제재는 해야겠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핵심"이라며 "'도발과 제재'라는 악순환의 지속적인 반복은 북한에 시간만 벌어줬고, 그 결과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를 이뤘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지금은 한국, 미국, 중국이 상호 협력을 통해 하나의 방향과 전략을 갖고 북한과 물밑접촉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미국이 최대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