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물가·유가 부담 고조…푸틴 vs 서방 버티기 시험대
전쟁 장기화 전망 커지면서 물가·유가 상승 부담 커져미 DNI국장 "푸틴이 서방 의지 약화 계산하고 있을 것"아직까지는 러시아의 야만적 행태가 서방의 단결 촉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이 예상을 넘어 신속하고 단호하게 단결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몇달, 몇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방의 결의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등장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으로 인해 서방국들이 져야 하는 경제적 피해가 늘어나면 단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분열 조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헝가리가 러시아 석유 금수를 거부했고 프랑스가 미국이 제시한 러시아 약화라는 전쟁 목표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식품과 유가 상승은 푸틴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핀란드와 스웨덴이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영국은 러시아에 맞서 두 나라와 상호방위조약을 제안했다. 미국은 하원이 11일 400억달러(약 51조4680억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을 368대 57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 러시아 탱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76일째 돌아다니고 있다. 전쟁이 영 끝나지 않을 듯한 조짐이다. 전쟁이 이어지면서 공급망 정체와 에너지 공급, 농업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미 국가정보국(DNI) 에이브릴 헤인즈 국장이 10일 상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식량부족, 물가상승, 에너지 고갈이 악화함에 따라 의지가 약해질 것으로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일 식량부족과 미국 가정의 지출 증가에 푸틴이 책임이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강력한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정치적 대가를 감수하게 될 것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푸틴도 국내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9일 전승절 연설에서 총동원령을 내리지도 않고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는 위협도 하지 않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곳을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해 탈환하는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러시아의 군사 자원 고갈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서방이 지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 러시아주재 미국 대사 마이클 맥폴은 "서방이 지칠 것을 걱정한다. 자유진영 지도자들은 전쟁 종식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의 러시아 석유금수 합의가 헝가리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 푸틴과 가까운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 석유 금수는 헝가리 경제에 "핵폭탄" 투하하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식품과 휘발유 가격 상승이 바이든 대통령의 근심거리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일리노이주 농부들을 상대로 "푸틴이 일으킨 전쟁으로 식품 공급이 크게 줄었다. 우리 농부들이 식품가격을 내리고 생산을 늘려 전세계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전사자 급증과 경제난으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지만 민족주의에 기대 버티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1일 우크라이나 남부 전략 요충 헤르손을 합병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 일각에선 미국이 너무 앞서 나간다는 견해가 대두한다. 프랑스 외교관들은 미국의 정책이 대러 제재를 무한정 끌어가려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대신 푸틴과 협상을 하는 것이 유럽의 지속적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단합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노력에서 보듯 동맹이 더 단결하고 있고 무게 중심이 동유럽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가장 머뭇거렸던 독일이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독일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인들을 상대로 자주포 사용법을 훈련하고 있다. 독일은 78대의 중화기를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예정이다. 조지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에서 일한 정치분석가 엘리어트 코헨은 "러시아가 야만적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서방의 단결하는데 도움이 됐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선전을 거두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